[언론보도] 경기일보 [아침을 열면서] 화 다스리는 근본적인 방법(2022.5.8)
- 성균인문동양아카데미
- 조회수1572
- 2022-05-09
기사 원문 :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508580246
분노의 감정이 이는 상태를 ‘화난다’고 한다. 불처럼 뜨거운 분함이 일어나 열이 나기 때문에 ‘불 화(火)’자를 쓴 것이다. 분노가 사회에 만연해서인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킹 받네’라는 신조어가 유행한다고 한다. ‘열 받다’에 킹(KING)을 붙여 극도로 화난 감정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화는 없을 수 없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부정한 모습을 보고 화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다만 마음에 쌓아 두거나 극단적인 표출은 개인적 화병과 사회적 범죄로 이어진다. 다스리지 않는 화(火)는 화(禍)를 불러온다.
고전 <논어>에서는 ‘분사난(忿思難)’이라 하여, 화가 나더라도 마주하게 될 곤란한 상황을 생각하며 절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잘못 표현하거나 지나치게 드러난 화는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사소하게 시작된 다툼에서 화를 절제하지 못해 씻을 수 없는 결과를 맛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다만 내키는 대로 화를 내어 닥칠 곤란 때문에 화를 다스리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공자는 배움을 좋아한 안연이 ‘화를 옮기지 않았다(不遷怒)’고 극찬한다. 며칠 전에 났던 화를 시간을 달리하며 지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갑에게 났던 화를 대상을 달리하며 을에게 옮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의 원인은 마주한 대상에 있지, 자기 마음에 있지 않다. 자기 마음에 남아 있는 화에서 화가 옮겨지고 있다면, 대상과 무관하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남아 있는 화를 다스려야 적절하고 상식적으로 화를 낼 수 있다.
화가 나서 열이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 우선 화를 표출한 뒤 겪게 될 어려움을 생각하며 화를 다스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화난 감정이 지속돼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고 있다면 화난 감정에서 잠시 떨어져 화의 원인이 현재 마주한 대상에 있는지, 아니면 자신에게 남아 있는 화에 있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화가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화를 다스리며 현재에 집중하는 마음수양의 노력이 필요하다.
맹자는 잃어버린 닭과 개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하는 사람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잃어버린 본심 찾을 줄 모른다고 비판한다. 거울을 닦아야 거울 기능을 할 수 있듯, 깨끗한 마음을 회복해야 화병에 걸리지 않고 극단적인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처음에는 온 힘을 들여 닦아 내야만 때 한 겹을 겨우 벗겨 낼 수 있지만, 두 번 세 번 닦기를 반복하면 힘을 점차 적게 들여도 거울을 맑게 해 지금 바로 여기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다. 화내야 할 때 적절하게 화내고 다른 사람에게 화를 옮기지 않는 비결, 마음 수양에 달려있다.
고재석 성균관대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주임교수